작년 여름 한 참 덥던 그 날씨에 제주도 퍼머넌트 코스를 다녀왔다. 처음 이 코스를 도전한 게 2018년이었는데, 당시에는 한겨울에 도전을 했었다. 한여름 아니면 한겨울... 아들이 방학을 해서 가족들이 처가에 있을 때 그때가 바다 건너 라이딩을 할 수 있는 시간이기에 두 번의 도전 모두 방학 시즌에 진행된 것이다.
원래 네이버 블로그에 있던 두 글을 조심스럽게 합쳐서 제주도 1100 고지 도전기로 작성해 보았다. 올해는 언제 제주도를 갈 수 있을까... 그 사이 제주도 퍼머넌트 코스가 더 생겨서 제주도 행을 더 즐겁게 해 줄 것 같다. 올해도 다시 한번 도전해 보는 계획을 세워본다. 계획은 항상 즐거우니까.
2018년 크리마스 즈음 1차 도전.
자전거를 취미로 하는 사람들은 꼭 한번 가보고 싶은 곳이 있으니, 그곳이 환상의 섬 제주 아일랜드 되겠다. 자전거를 포장해서 비행기를 타고 이국적인 풍경에서 라이딩을 하는 것은 아무래도 많은 사람들에게 일종의 로망 같은 것이다. 2018년 19년 PBP를 앞두고 새로 산 자전거 케리어도 성능 평가를 할 겸, 가족들이 집에 없는 틈을 타서 제주도 라이딩을 다녀왔다.
당시만해도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국적기등은 25kg까지 추가되는 케리어는 무료로 비행기에 싫을 수 있었다. (22년 2차 자전거 라이시에 아시아나는 추가금을 냈던 기억이 있다. 얼 만지는 잘...) 비행기에 내 자전거를 싣고 제주도를 향했다. 주의할 점은 자전거 케리어에 1) 보조배터리류 2) 오일류 3) CO2 등이 있으면 안 된다. 기내 반입용 가방에 넣어가는 걸 추천하고, 특히 CO2의 경우, 심사대에서 보여주고 항공사 직원을 호출한 뒤 서명을 해야 기내 반입이 가능하다. 또 주의할 점은 공구류는 기내 반입이 안되므로 자전거 케리어에 넣어 가야 한다. 두 개를 헷갈리면 비행기를 못 타게 되니 꼭 기억하자. CO2는 양손에, 공구는 자전거에!!!
출발지가 동문시장이라 동무니장 근처에 게스트하우스를 잡고 휴식을 취한 후 새벽 5시에 힘차게 출발을 했다. 거리 203km, 획득고도 3000km, 결코 쉽지 않은 코스다.
시작과 동시에 1100 고지를 넘고 중문을 지나 오설록 방향으로 향한 뒤 유턴하여, 성판악을 향한다. 성판악을 넘고, 살려니 숲을 지나 성산을 거쳐 배로 이동한 후 우도를 한 바퀴 돌아 다시 성산을 거쳐 제주시로 돌아오는 코스다. 1100 고지, 해발 750의 성판악, 게다가 배 타고 우도까지... 버라이어티 한 코스로 당시 준비도 많이 없이 겁 없이 도전을 했다. (배시간이 안되면 운영자에게 통보하고 대안 코스로 제주시를 조금 더 도는 코스를 타면 된다. 22년에는 그 코스를 이용하였다.)
시작하고 바로 1100 고지 정상까지는 쭉 업힐이다. 새벽이 차가웠지만 업힐로 인해 몸에 땀이 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참(?)을 올라 1100 고지를 접어 들었을 때, 예보에는 없었던 함박눈이 펑펑 내리기 시작했다. 시력이 안 좋아서 고글에 도수 클립을 넣어 착용하는 내 입장에서 '눈'이나 ‘안개’ 등은 정말 대처하기 어려운 상황 중 하나다. 앞이 안 보인다. 함박눈이 내린 설악산 한 가운데, 아무도 없는 어두운 새벽, 동화속 눈보라 속에 갇힌 느낌이었다. 모르긴 몰라도 내 뒤로는 1100 고지가 통제되지 않았을까..? 동화같은 풍경을 뒤로하고 시간을 더 지체했다가는 고립되기 딱 좋은 날씨라 생각하고 서둘러 정상을 향해 올라갔다. 오르는 건 어떻게 어떻게 올라갔으나 더 큰 문제는 내려오는 것이었다. 손이 잘려나가는 것 같은 칼바람을 맞으며 중문까지 내려왔다. 중간에 식당에 들러서 라면으로 몸을 녹였으나 궂은 날씨에 몸이 100% 컨디션이 아니었다.
그렇게 성판악까지 나아갔고, 성판악을 오를 때 또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마찬가지로 성판악 내리막은 아... 성판을 신나게 내려 왔으나 몸이 너무나 떨렸다. ㄸ끈한 국물을 마시고, 커피를 마셨지만 회복이 되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성판악 이후 첫 번째 마을에서 DNF를 선언했다. 눈이나 비에 대해 너무도 안일하게 준비한 결과였다.
그렇게 나의 첫 제주 퍼머넌트 실패!! 했다. (그 와중에 1100고지, 성판악은 완주했다.). 그 때까지 랜도너스를 하면서 맞이한 첫번째 DNF(Did Not Finish)였다. 예약한 게스트하우스로 복귀해서 맛있게 삼겹살을 구우며 인생 첫 DNF의 아쉬움을 달랬다. 비행기에 자전거를 어떻게 싣는지, 주의점은 무언지 알 수 있었던 값진 경험이었다.
4년만에 재도전! 이번엔 한여름이다!!
시간 흐르고 흘러 2022년, 코로나가 모든 걸 바꿔 버린 지 2년이 돼 가던 시점, 제주도행을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지난번과 달라진 점은 한겨울이 아닌 한여름 8월이라는 것이다.
지난번 진행했던 로그 파일을 넣어서 시간을 보며 진행을 했다. 4년간의 세월이 영향을 줬을까? 확실히 지난번 보다 주행 속도가 느려졌음을 느꼈다. 떨어진 속도를 보상하려 쉬는 시간을 최소화하는 전략으로 라이딩을 진행했다. 한라산 1100 고지에는 고라니와 야생 노루들이 새벽에 라이더를 반겨주었다. (1100 고지에서 고라니만 4마리, 노루 두 마리는 본 것 같다). 지난번에는 눈때문에 1100 고지를 오르기 너무 힘들었지만 8월 새벽의 한라산은 너무나 평화롭고 행복했다. 외국 영화에 보면 햇살이 가득 내려오는 깊은 숲속… 뭐 그런 느낌이었다. 새벽의 한라산 정기를 받으며 1100고지 정상에 다다들 수 있었다. (겨울도 여름도 한라산 라이딩은 너무 즐거운데 새벽에 오르려니 살짝 무섭기는 하다. 중간중간 공동묘지가 있다 ^^)
오설록 녹차 단지를 지날 때 쯤, 오전 시간이었지만 이미 해가 중천에 올라 체감 온도가 30도를 넘어가며 더워지기 시작했다. 이후 라이딩은 더위와 싸움이었다. 12시 무렵 두 번째 높은 성판악을 넘었다. 이미 해는 너무 뜨거워 중간중간 쉬었다 가길 반복했다. 정말 더웠다. 내가 왜 이 고생을... 겨울은 겨울이라 힘들고, 여름은 여름이라 힘들다. 나도 날씨 좋은 봄, 가을에 제주도 오고 싶다 ㅜㅜ. 가민에 찍힌 최고 기록은 41도. 이미 온몸은 땀으로 범벅이다.
성판악을 넘어 첫번째 편의점에서 휴식을 취했다. 4년전 한겨울에 DNF를 선언하고 택시를 탔던 마을이었다. 시간을 보니 여유롭지는 않지만 충분히 완주가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이온음료로 몸을 추스리고 다시 출발~ 4년간 이루지 못한 제주 퍼머넌트 완주를 향해 나아갔다.
'사려니 숲' 의 짧은 힐링 구간을 지나 성산, 그리고 다시 제주로 이어지는 대체 경로를 택하며 새벽 3시 30분에 시작한 라이딩을 그렇게 13시간을 꾹 채우며 마무리할 수 있었다. 시간으로 치면 입문 후 가장 늦게 완주한 샘이지만 더운 날씨, 높은 획고를 감안하면 성공적인 라이딩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4년 만에 제주도 1100-성판악 코스를 완주할 수 있었다.
제주도는 항상 새롭다. 특히나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며 본 제주는 랜트카를 타고 보던 제주와는 또 다른 매력을 준다. 마을 하나하나 길 하나하나가 이국적으로 다가온다. 겨울-여름 제주를 느끼고 왔으니 올해는 꼭 봄-가을 제주를 느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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