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첫 400km 장거리 라이딩을 다녀왔다. 날씨가 많이 따듯해졌음에도 예년 5월에 비해 많인 낮은 온도가 예상되었다. 게다가 새벽에는 약간의 비도 예정돼 있어 이래저래 짐이 한가득이 되어 버린 라이딩이었다. 오늘도 여전히 내 자전거 무게는 10kg이 훌쩍~ 넘어 버렸다.
출발지로 이동
아침에 기쁜 마음으로 지하철로 출발지인 노들섬으로 향했다. 7시 출발이지만 조금 일찍 도착해 몸을 풀기 위해 첫 지하철로 이동했다.
하지만!!!
간과한 것이 지하철 탑승 여부를 확인하지 못한 것인데, 신림선과 9호선은 주말에도 자전거 탑승이 불가하다!! 당황했지만, 바로 상도까지 이동하여 상도에서 라이딩으로 노들섬 출발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참고로 아래 지하철 자전거 탑승 규정을 남겨본다.
모든 라인 : 시간에 상관없이 접이식 자전거만 접어서 탑승가능
1,2,3,4,5,6,8 호선 : 주말만 앞/뒤 승차가능
7호선 : 주말 앞/뒤 승차가능, 평일 10~16시 자전거 휴대 승차
분당선, 수인분당선, 경강선, 경의중앙선 : 주말만 앞/뒤 가능
9호선, 신림선 : 평일 및 주말 탑승 불가, 평일 접이식, 주말일반 자전거 앞/뒤 가능 (23년 3월)
공항철도 : 주말 및 평일 10~16시 자전거 휴대 승차
다행히 늦지 않게 출발지에 도착을 해서 출발 준비를 하고 7시 정시 출발을 한다. 많은 랜도너들과 함께하니 바람처럼 한강-안앙천-목감천을 지나 제부도로 이어지는 방조재까지 나아갈 수 있었다. 중간중간 선두와 후미를 왔다 갔다 하며 (목감천 구간은 내가 길을 잘 안다고 내가 맨 앞에서 끌어대는 호사를 ㅜㅜ) 그렇게 첫 CP (control point)까지 나아갈 수 있었다.
낮 시간 동안 즐거운 자전거 여행
첫 번째 CP를 지나면서는 본격적인 솔로 라이딩 구간이었다. 남아 있는 340km 정도를 홀로 라이딩하며 견뎌야 한다. 다행히 바람이 역풍과 순풍을 오갔다. 19년 프랑스를 가면서 알고 있던 랜도너 몇몇 분들을 만날 수 있었다. 또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이미 많은 브레베를 통해 낯이 익은 분들이 많았다. 그러고 보니... 나도 이제 고인 물???
화성 기아차 공장을 돌아서 남으로 남으로 내려갔다. 알마쯤 갔을까 배가 고파오기 시작했는데, 중간에 보급할 식당이 마땅하지 않았다. 꾹 참고 아산까지 직행, 현대자동차 아산 공장 후문을 지니 편의점에서 '편의점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했다. 하루 만에 기아차공장과 현대차공장을 보다니, 기분이 묘했다. 하지만 이런 게 랜도너스의 매력 아니겠는가?
서울에서 천안까지는 대부분 큰길을 따라 라이딩을 하는 코스라 중간중간 차량 스트레스가 심했다. 이 길을 지난 플래시 때도 지나왔다니... 묵묵히 플래시에 함께해 주었던 팀원들에게 미안했다. 내년에는 반드시 좋은 코스로 준비하리라 다짐했다.
예당호를 돌아 CP2 편의점을 지나서 본격적인 시골 라이딩이 시작되었다. 동시에 이제부터 본격적인 업힐 구간이다. 이번 400 코스는 거리대비 업힐이 3000m 정도로 낮은 편이다. 그러나! 항상 반전이 있는 법, 시작해서 200km 까지는 획득고도가 100m 남짓이다. 그 말은 남아 있는 200km 구간에 업힐이 2900m이 넘는다는 말로 후반 체력 저하를 생각하면 결코 쉬운 코스는 아니다. 진짜 산을 넘고 넘고 넘어도 계속 산만 나오는 듯 한 느낌이었다. 힘들다 ㅜㅜ 평상시 파워의 70% 수준으로 산을 넘었다. 원래 파워가 약하기도 하지만 정상 파워로 넘으려 하면 자꾸만 쥐가 올라와서 진행이 힘들었다. 아마도 평지 구간에서 속도를 많이 올리느라 몸이 힘이 들었던 모양이다. 다행히 시간은 예상 시간을 늦지 않게 안정적으로 라이딩을 운영하고 있었다.
중간중간 다른 랜도너들이 나눠준 바나나며 포도등을 얻어먹으며 앞으로 나아갔다. 장거리 라이딩 시 보급은 주로 편의점에서 하게 되는데, 몸이 힘들다 보니 초코바나 파워 젤 같은 당이 높은 음식들을 주로 먹게 된다. 그러다 보니 힘은 즉각 즉각 나지만 속이 쓰리고 소화가 잘 안 되는 증상이 나타난다. 그럴 때 과일은 큰 힘이 된다. 소화도 잘되고 당도도 높아 힘도 난다. 힘들어하고 있을 때 함께 길 위에 있던 랜도너 분들이 나눠준 바나나, 포도는 그렇기에 더 큰 힘이 되어 주었다.
외롭지만 운치있던 야간 라이딩, 그리고 숙박
세 번째 CP 인 충북 진천 CU에서 한숨을 돌린 뒤 오늘의 하이라이트 배티성지, 이티재를 넘어 안성을 향해 갔다. 요즘은 성당을 냉담하고 있지만 한때 열열 신자였던 나이기에 천주교 성지를 지날 때면 숙연해진다. 배티성지가 있는 곳인 진천과 안성을 구분하는 이티재로 400km 라이딩 중 가장 높은 업힐이었다. 정말 천천히 이티재를 오르는데 5~6명의 랜도너들이 빠르게 나를 앞질러 나아갔다.
괜찮다. 어차피 랜도너스는 나 자신과의 싸움이다. 오히려 다른 사람들의 페이스를 신경 쓰다 보면 본인 페이스를 놓쳐 고생하게 된다. 스스로를 늦지 않았다고 위안 삼으며 언덕을 넘어 안성으로 접어들었다.
안성에서는 주말을 맞아 바가지를 많이 씌운 모델에서 하룻밤 묵어갈 수 있었다. 400km 라이딩을 하다 보면 잠을 안 자고 가는 부류와 아니면 나처럼 꼭 한두 시간이라도 자고 가는 사람으로 나뉜다. 나는 잠을 안 자고는 도저히 라이딩이 불가능하다. 이미 시간도 12시에 가까웠고 몸도 힘들어서 속도도 나지 않았기에 모텔행은 좋은 선택이었다. (가격 빼고 ㅜㅜ) 그렇게 4시간을 숙면을 취하고 일어날 수 있었다.
마지막, 그 끝을 향하여
역시, 자고 일어나면 우리 몸은 조금이라도 회복을 하게 된다. 인체는 참 놀랍다. 15km/hr 도 내지 못했던 내 다리가 25~30 km/hr를 뽑아주기 시작한다. 그래 이제 80km 만 가면 완주다!
용인을 지나 분당으로 접어들고 있었다. 언제부터인 요즘은 장거리만 타면 배가 아프다. 역시나, 분당에 접어들자마자 배가 너무 아파 도저히 라이딩이 불가하였다. 자도에는 그런 나를 위한 시설들이 즐비하다. 잠시나마 천국을 맛본 후 다시 라이딩을 이어나갔다. 분당 탄천은 시작할 때는 사람이 거의 없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새벽에 라이딩을 나온 팩라이더들이 상당이 많았다. 다행히 나와 속도가 비슷한 그룹을 만나 염치 불고하고 '잠시 뒤에 따라가겠습니다.'라는 멘트와 함께 뒤에 붙어 드레프팅을 할 수 있었다. 드레프팅을 하면 역시 편하다. 동일 파워지만 평속이 30km/hr를 웃돌았다. 아주 빠르고 부드럽게 탄천을 지나 한강 입구까지 올 수 있었다.
"감사합니다."
크게 소리치며 헤어진 후 잠실에서 다시 노들섬 출발지까지 라이딩을 이어갔다. 완주까지 10km 도 안 남았다. 그 사이 많은 랜도너들이 마지막 최선을 다해 골인지점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반대편에서 일반 라이딩을 나온 라이더 중에 한 분이 '엄지 척'을 날려주신다. 아.. 너무 고맙고 힘이 난다. '그렇지 이 맛에 내가 이 고생을 사서 하지' 하루 동안의 힘듦이 스르르 살아지던 순간, 출발지가 눈에 들어왔다.
'끝이구나'
어제의 출발할 때 부산함이 아직도 남아 있는 노들섬 안쪽 출발지에는 도착하는 사람들을 마중 나온 운영진들과 반가운 얼굴들이 몇 분 환영해 주고 있었다. 25시간 33분. 제한 시간을 조금 앞두고 다행히 무사 완주를 할 수 있었다. (400km의 제한시간 27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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