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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의 일상. 그냥 끄적끄적

아메리카노, 튀르키예 홍차 ‘차이’ 이야기 (커피와 홍차의 옛날 이야기)

by 웅헤헤 2024. 9. 3.

아메리카노와 튀르키예 홍차 '차이'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한국인이 사랑하는 '아메리카노'와 튀르키예인 들이 사랑하는 '차이'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너무나 닮은 듯한, 하지만 정 반대의 이유로 사랑받게 된 두 음료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미국의 '아메리카노', 튀르키예의 '차이'

 지난여름 튀르키예 여행 중 인상 깊었던 장면 중 하나는 아무리 더운 여름이지만 틈만 나면 홍차, 즉 '차이'를 마시는 튀르키예 사람들이었습니다. 
 '얼죽아'가 유행인 대한민국과는 사뭇 다른 풍경에 언제부터 튀르키예 인들이 '차이'를 이렇게 좋아하게 되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그리고, 그 역사를 알고 나서, 정확히 반대되는, 하지만 너무나 닮아 있는 아메리카노의 역사가 오버랩되었습니다. 하나씩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아메리카노의 역사

 홍차를 마시고 싶었지만 가격이 올라 커피를 마셨고, 쓰디쓴 에프프레스를 견디지 못해 탄생한 게 '아메리카노'라는 것입니다.  
 

보스턴 차 사건, 미국식 커피의 시작 

우리가 흔히 '아메리카노'라고 말하는 물을 많이 섞은 커피의 기원은 당연하지만 '미국'이라는 것이 일반적으로 알려진 사실입니다.
특히, 현대적인 아메리카노의 기원을 '보스턴 차 사건 이후'로 이야기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잘 알다시피 '보스턴 차 사건'은 미국의 독립 전쟁의 시발점이 된 사건으로, 지나친 세금 징발에 화가 난 미국 국민들이 보스턴에 정박해 있던 영국 상선이 보관하던 홍차들을 바다에 버린 사건입니다. 
 이 사건은 미국의 독립 전쟁을 촉발하였고, 결국 미국은 독립을 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사건은 미국 음료 문화에도 큰 여향을 미쳤다고 합니다. 상대적으로 수입이 곤란해진 영국산 차, 즉 '홍차' 대신 당시 재배 면적을 넓혀가던 커피에게 좋은 기회가 되었다고 합니다. (연합뉴스, 2018,10,15 '커피는 어떻게 만인의 음료가 됐나') 
 일부는 영구인들이 즐겨마시는 홍차대신 애국심의 표현으로 커피를 마셨다고 하는데, 전쟁으로 비싸진 홍차 값 대신 커피를 선택한 게 더 직접적인 원이라 생각됩니다. 
 홍차 대신 커피를 마시면서 커피의 소비랑이 7배가 증가하였다고 하네요.

아메리카노, 미국식 커피 문화의 시작, 보스턴 차 사건
보스턴 차 사건 관련 AI 가 만들어낸 그림. 그럭저럭 쓸만한가요?

 

 

너무 쓴 에스프레소, 아메리카노를 만들어 내다 

 앞서 '보스턴 차 사건'이 미국의 커피 소비를 촉진했다고 한다면 2차 세계 대전은 직접적인 아메리카노의 시작을 만들었다고 평가받습니다. 
 당시 추축국에 가담했던 이탈리아가 전쟁에서 패하고, 이탈리아에 진출한 미군들은 이탈리아식 커피 '에프프레소'를 맛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미국인들이 마시기에 에스프레소는 너무 진해 입맛에 맞지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덕분에 미군들은 이탈리아의 쓴 커피에 물을 희석해서 마시는 방식으로 커피를 소비했고, 이게 곧 아메리카노의 기원이 되었다는 설이 유력합니다. (YTN 2017,9,18, '아메리카노의 탄생') 
 

'차이'의 국가 튀르키예

커피를 마시고 싶은데, 마실수가 없어 시작한 홍차 마시기, 세계 최고의 '차이' 문화를 만들어 내다
 

오스만의 영토 전쟁, 커피 산지를 차지하다.

 튀르키예의 전신은 오스만 제국은 아라비아 반도의 커피 산지 '예맨'을 제국에 복속시킨 후 본격적으로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YTN, 2022, 벌거벗은 세계사 EP60)
 오스만 제국 사람들은 지극히 커피를 사랑했다고 하네요. 오늘날의 '카페'의 원조도 오스만 제국에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당시 사람들은 오늘날의 카페, 당시에는 '커피 하우스' 라고 불리던 커피 전문점에서 지인들과 커피 한잔을 하며 사회적 관계를 맺으며 생활했다고 합니다. 
 아마도 술을 마시지 않은 이슬람교의 영향과 커피가 주는 각성효과가 적절하게 어울리며 커피를 즐기는 문화가 확산된 것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결혼하는 남편은 아내에게 의무적으로 커피를 제공해야 하는 법이 있을 정도였다고 하니, 그들의 커피 사랑이 얼마나 컸는지 짐작이 됩니다. (장수한 저, 인디커피교과서) 
 

이가 없으면 잇몸, 차이 의 대중화 

 달도 차면 기우는 법, 영원할 것 같았던 오스만 제국의 영광도 근대로 접어들면서 급격히 쇠락하기 시작합니다. 그와 함께 커피 문화도 차츰 힘이 없어지기 시작합니다. 
 오스만 제국이 힘을 잃어 가면서 커피 산지였던 예맨 지역에 대한 지배력이 약화되며 커피값이 비싸졌기 때문입니다. ( 홍차 값이 비싸진 미국과 완전 반대지요) 
 급기야 1923년 튀르키예 공화국이 선포된 이후에는 수입품인 커피를 대체하고자 튀르키예 정부가 앞장서며 차이 산업을 육성하기 시작합니다. 
 1938년 흑해 지방의 작은 도시 '리제'에서 찻잎 재배에 성공한 이후, 1973년 국영 차이 기업, 차이쿠르 가 설립되며, 차 잎의 해외 수출까지 성공합니다. 커피 대체품으로 시작한 '차이' 문화는 오늘날로 접어들면서 커피를 대체하여 튀르키예 사람들의 주요 음료가 되었습니다. 

튀르키예, 차이
튀르키예에서 마신 차이, 뜨겁지만 시원하다 (?)

 

돌고 도는 문명, 커피와 홍차의 운명

 어떤 나라는 홍차를 못 마셔서 커피를 마시고, 또 어떤 나라는 커피를 못마셔서 홍차를 마시고, 그렇게 두 나라는 각각 '아메리카노'와 '차이'라는 는 걸출한 문화를 만들어 냈습니다. 너무 재밌지 않나요? 
 아침에 커피 한 잔 하려 카페에 줄을 섰다가 '나 이런 것 까지도 잘 알아요'라고 자랑하고 싶어서, 아니 너무 재미있는 이야기라 생각이 되어 급하게 포스팅을 작성해 보았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함께 공유해야 지요.
 아침마다 커피를 한잔씩 마시는데 이게 완전 중독성이 강한 것 같습니다. 커피를 줄여야 하는데, 포스팅을 다 하니 커피 한 잔이 마시고 싶어 졌습니다. 

추가. 네스프레소와 돌체구스토의 차이

 가정용 커피 머신인 돌체와 네스프레소 차이도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제가 정말 커피를 좋아하나 봅니다. 관련 글도 남긴걸 보니 저도 참 특이한 구석이 있는 것 같습니다. 여기까지 읽으 셨다면 꼭 한 번 일독을 권해드립니다. 
2023.06.11 - [아저씨의 일상. 그냥 끄적끄적] - 네스프레소와 돌체구스토의 차이

네스프레소와 돌체구스토의 차이

가정용 커피 머신의 대표인 네스프레소와 돌체구스토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심지어 두 머신은 같은 회사에서 출시되고 있는데 말이다. 홈 카페 느낌의 커피를 제공하는 두 기기는 비슷한 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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