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다소 도발적인 제목의 책을 한 달간에 걸쳐 읽었다. 처음에 다소 지루하게 이어지던 내용이 중반, 종반을 결처 책을 다 읽고 나면 이 책이 왜 20년 최고의 책 중의 하나로 선정되었는지 알 수 있게 되는 마법을 보여 주는 내용이었다.
개인적인 불행을 겪은 저자가 데이비드 스타 조던과 같은 열정적인 과학자가 어떻게 세계에서 희망을 품고 암울한 날에도 계속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는지를 알기 위해 그의 생을 파해치기 시작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리고 반전의 반전을 거치며 이야기는 너무나 인간적으로 또 너무나 희망적이지만 너무나 머리가 복잡해지도록 마무리를 짓는 책이다.
위인전? 미스테리? 철학? 과학책?
책의 시작은 미국의 유명한 생물학자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출생부터 시작된다. 그가 어떻게 생물학자가 되었는지를 유년시절 다양한 일화, 그의 성격등을 통해서 하나하나 풀어 나간다. 중간중간 저자 '룰루 밀러'의 개인사가 등장하긴 하나 어디까지 데이비드의 성장과 성공에 대한 이야기를 위한 연결로 이어지는 내용이다.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다소 괴팍하지만 자연을 향한 순수한 열정, 그리고 사랑, 그리고 학계에서의 성공, 세속적인 성공에 대하여 이야기는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1906년 미국에 들이닥친 캘리포니아 대지진조차도 그의 연구 의지를 꺽지 못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 같아 '운명의 형태를 만드는 건 인간의 의지다'라는 다소 진부한 주제를 설파하는 책이라 생각되었다. 그리고 그런 의지가 인간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GRIT'이라는 개념을 소개하고 말하는 또 하나의 책이라고 생각이 드는 순간, 이야기는 스탠퍼드 대학의 창립자이자 이사장이었던 '제인 스탠퍼드 사망 사건'을 계기로 전기 혹은 자기 계발 서에서 미스터리 소설로 변하기 시작한다.
앞서 말한 인간의 의지라는 것이 결국에는 자기의 신념을 위해 스스로를 기만하는 행위로 어떻게 변질될 수 있는지 제인 스탠퍼드 사건을 통해 잘 보여준다. 책을 읽어보면 '제인 스탠퍼드'의 사망은 확실히 독살이란 의심이 되며, 그 독살의 배후에는 그토록 열정적이고 순사 한 과학자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 관계되 있음을 알 수 있다. 본인이 믿고 있는 바를 위해 도덕적 정당성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인간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결국에는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민낯을 들어낸다.
'우생학'
난 우생학이 독일에서 시작된 학문인 줄 알았으나 미국이 '우생학' 연구가 더 활발했으며 심지어 우생학에 기초하여 법을 만들고 강제 불임수술을 대대적으로 전개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배후에 열정적이고 순수한(?) 그래서 사람을 죽이기까지 서슴지 않았던 '데이브드 스타 조던'의 공이 크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영웅의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미국 역사상 아닌 세계 역사상 손꼽히는 '빌런'에 대한 이야기이다. 또한 인간이란 존재가 잘못된 '신념', '자기기만'에 빠지면 어떤 일을 벌일 수 있는지 책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인간은 어디나 다 비슷하다. 공간적, 시간적 차이만 있을 뿐
책을 읽고 안 사실이지만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기 6개월 전까지 미국 스탠퍼드 대학과 인디아나 대학에는 철저한 우생학자로서 수많은 죄 없는 여성들에게 불임수술을 하게 만든 장본인의 이름 붙여진 공간들이 있었다고 한다. 인간은 어디나 비슷하다. 우리도 예외는 아니지 않은가 나라를 팔아먹은 인간들이 대학 설립자란 이유로 소위 말하는 명문대에 흉상으로 자리 잡고 있는 있는 우리의 현실과 하나도 다르지 않았다. 다른 점이라면 결국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나서 그 공간들에는 다른 이름이 주어졌고, 동상도 철거되었다고 한다. 이게 주말이면 성조기와 일장기를 휘두르며 고성을 질러대는 친미, 친일파들이 알지 못하는 진짜 미국의 힘이다.
'시민들 스스로의 자정능력 '
그렇지만 인간은 또 그렇게 살아간다. ' 민들레법칙'
작금의 현실을 생각하다 잠시 다른 곳으로 이야기가 세었지만, 결국 저자가 말하고 싶었던 인간이 삶을 살아가는 이유, 삶에 겸손해야 하는 이유를 '민들레법칙'이라고 설명한다.
"어떤 사람들에게 민들레는 잡초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그 똑같은 식물이 훨씬 다양한 것일 수 있다. 약초 채집자에게는 민들레는 약재이고 간을 해독하고 피부를 깨끗하게 하며 눈을 건강하게는 해법이다. 나비에게는 생명을 유지하는 수단이며, 벌에게는 짝짓기 하는 침대이고, 개미에게는 광활한 후각의 아틀라스에서 한 지점이 된다."
"이것이 바로 다윈이 독자들에게 그토록 열심히 인식시키고자 애썼던 관점이다."
책을 덮고도 한참을 생각하게 만드는 책, 이 책은 과학책인가 철학책인가 아니면 서스펜스 물인가. 오랜만에 깊은 사색을 하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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